시작노트

물 위에 뜬 사원

그 서풍 2015. 6. 15. 16:06

 

캄보디아의 상징 '앙코르와트'의 중앙성소, 힌두교 '비슈누' 신에게 바친 사원으로 크메르왕조인 수르야바르만 2(재위1119~1150) 때 건립되었다. 옥수수처럼 생긴 중앙탑은 65미터이며 세상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 이다.

마침 연못에는 붉은 가시연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물 위에 뜬 사원

                            김성룡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그러니까 안 되고

 

     한사코 안 된다고

     도리질을 하는 진흙땅에

     말뚝 먼저 박고

     지축을 흔들며 절구질을 하였으리라

     

     천 년 전

     이 땅의 사람들은

     괴물 불가항력을 때려 눕혔다

     그의 심장을 도려내고

     뜨거운 선혈을 제단에 쏟았다

     태양신 비슈누*에게 바치는

     숫처녀와 같은 제물

      

     거대한 바윗돌을

     쪼개어 나르고

     쌓아 올리며 쓰다듬듯 새기고

     사방 해자에 땀방울로 물길 돌리고

 

     마침내 들어난 

     크메르 왕조의 걸작

     허허 벌판을 가로지른

     수르야바르만*의 이상향

 

     신들과

     왕과

     백성의 요람

     앙코르 와트!

 

     시커먼 돌덩이들의 함성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는다

     껍데기를 벗어 던진다


     되새김할수록 불가사의한 존재

     인간

     미완未完이기에 더욱 간절한 

     그의 사랑!

 

 

      * 비슈누 : 다신교인 힌두교의 제일의 신, 창조의 신이며 태양신으로 추앙받는다

      * 수르야바르만 : 크메르 왕조 수르야바르만 2세를 지칭하며 앙코르와트를 건립하였다

 

 

 

note : 앙코르와트 앞에서 필자 그서풍(그린비), 크메르 왕조의 고도 씨엠립을 찾은 것은

2012년 3월 중순으로 건기의 막바지 무렵이었어요. 사진에서만 보았던 앙코르와트는 나에게 거친

풍랑을 일으키며 해일처럼 휘몰아쳐 왔습니다. 그 물결에 부초처쓸려 다닐뿐이었어요.

 사진을 정리하고 여행 후기를 쓰면서도 앙코르와트 앞에만 서면 엄두를 잃고 엉거주춤하였지요.

관련 서적을 읽고 웹 서핑을 거듭할 수록 늘어선 시커먼 돌덩이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쏟아내는 소리들에 그만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종종 사진을 보며 회상하곤 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마법에서 벗어나

감상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요.

삼 년 간의 짝사랑 끝에 부른 나의 연가인 셈 입니다.

앙코르 와트를 일러 불가사의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은 그 불가사의를 빚어낸

인간, 그리고 그의 사랑이 더욱 불가사의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

 

메르스, 간절함이 통하면 물리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 힘 내십시다!

 

https://youtu.be/yUazm7_B7-Q

앙코르와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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