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의 오월
새끼손꾸락의 몽니
김성룡
며칠 전 왼쪽 새끼손꾸락이 몽니를 부렸다
그것도 작심한 듯 대놓고 선언했다
이제 무작정 손톱을 깎이지 않겠노라고
이삼일 괜찮았다
사오일 견딜 만 했다
이윽고 일주일이 지났다.
귓속이 가려울 때
콧속을 후빌 때
목덜미를 긁을 때
예리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제일 약골인 새끼가
그만 어긋장을 놓고만 것이다
피아를 구분 못하는 어리석은 녀석
지금이 감히 어느 때라고
나머지 아홉 개가 일제히 윽박질렀다
이놈의 새끼, 너 혼 좀 나볼래?
이 종북 놈의 새끼야!
Note : 한 배에서 나온 한 몸에게까지 수가 틀리면
너무 쉽게 종북딱지를 가져다 붙이는 대한민국의 오늘,
그들의 몽니와 어긋장이 가관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로는 우리의 통일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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