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신 어등의 전설

그 서풍 2015. 12. 25. 12:01

 

/ 어등산cc 전경, 관련 사이트에서 인용

 

 

 

신 어등의 전설

                          김성룡

 

어등*이라고 어찌 비껴갈 수 있겠는가

삼백년 묵은 잉어가 승천한 전설은

굴삭기의 이빨에 시뻘겋게 파헤쳐졌다

 

탐스런 등성이는 발가벗겨져

하릴없이 무너지고 이십칠

골프장의 깃발이 만장처럼 휘날린다

 

거친 숨 잡아끌며 오른 동자봉에

세월의 더께 뒤집어 쓴 용아龍兒* 시비가

헛기침을 쿨럭이며 후학을 맞는다


나는 억센 팔짱에서 몸을 뻗치려

부둥거리는 애기와 같이

나의 가슴은 두 조각으로 뻐개지려하네*


, 이곳은 시인의 고장

꿈을 키우던 산자락을 무너뜨리고

동과 남녘에 쌓아 올린 두 푸른 상아탑*

옛 등용문登龍門의 전통이여, 일어나라!


* 어등산魚登山 :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수동 소재 해발 339미터

* 용아龍兒 : 박용철 시인. 광주 광산구 소촌동 태생

* 용아의 시 '무제'에서 부분 인용. 동자봉에 시비가 있다.

* 상아탑 : 광주여자대학교와 호남대학교

               한 산자락에 두 개의 대학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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