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도토리, 멱 감기다

그 서풍 2015. 12. 27. 13:29

 

/ '참방' 상수리 한 톨이 제 몸짓을 견디지 못하고 뛰어 내리는 조담 풍경, 소쇄원 현장에서 촬영

 

 

도토리, 멱 감기다

                                      김성룡

 

해 바른 가을날 오후 소쇄원

*하서의 한시창이 열리던 날

대금이 떨림음으로 성큼 길을 잡고

창이 타고난 목청으로 뒤를 따른다

 

지켜보려 목 길게 빼던 도토리

제 몸짓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연못으로 뛰어든다

 

참방

*뷰파인더가 흠칫 일그러진다

사람들이 취한 듯 휘청거린다

가을이 겹겹으로 무너져 내린다

 

올려다보니 굽이 굽이지는

벌건 물이랑 너머로

소스라치게 창백한 푸른 하늘

 

도토리 한 톨이 

누리를 말끔하게 멱 감기던 

해바른 가을날의 *소쇄瀟灑,

온통 부시다!

 

*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의 소쇄원 48영 가운데 제25

  조담방욕槽潭放浴(조담에 멱 감고) 한시창을 감상하다

* 뷰파인더 : 카메라의 피사체 내다보기 창

* 소쇄 : '맑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올 곧은 선비정신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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