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방' 상수리 한 톨이 제 몸짓을 견디지 못하고 뛰어 내리는 조담 풍경, 소쇄원 현장에서 촬영
도토리, 멱 감기다
김성룡
해 바른 가을날 오후 소쇄원
*하서의 한시창이 열리던 날
대금이 떨림음으로 성큼 길을 잡고
창이 타고난 목청으로 뒤를 따른다
지켜보려 목 길게 빼던 도토리
제 몸짓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연못으로 뛰어든다
참방,
*뷰파인더가 흠칫 일그러진다
사람들이 취한 듯 휘청거린다
가을이 겹겹으로 무너져 내린다
올려다보니 굽이 굽이지는
벌건 물이랑 너머로
소스라치게 창백한 푸른 하늘
도토리 한 톨이
누리를 말끔하게 멱 감기던
해바른 가을날의 *소쇄瀟灑,
온통 부시다!
*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의 소쇄원 48영 가운데 제25영
조담방욕槽潭放浴(조담에 멱 감고) 한시창을 감상하다
* 뷰파인더 : 카메라의 피사체 내다보기 창
* 소쇄 : '맑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올 곧은 선비정신을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