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봄봄

그 서풍 2016. 2. 11. 23:21


담양 금성산성 오르는 길에 만난 오색 딱따구리



봄봄*

                        김성룡

 

저만치 오는 봄이 보이나요?

부서지는 햇살

향긋한 바람

굳은 껍질을 헤집고 진주귀걸이같이

맺힌 여린 산수유 꽃망울,

이 찬란한 기지개를 보세요

햇살과 바람이 머물다 간 흔적을 보세요

스멀스멀 물이 오르는 골짜구니에서 

적막을 깨뜨리는 오색딱따구리의

받아넘기는 우렁찬 和音을 들어 보았나요

겨울을 지나온 길,

보도만 내려다보는 움츠린 걸음 멈추고

그윽하게 주변을 올려다보세요

생명의 찬가가 움트는 흐뭇한 대지를 느껴 보아요

봄이 가까이 와 있어요

시나브로 뒤룩뒤룩 봄이 오는 소리.

     

*봄봄 : '봄을 보다'의 함축어

  봄의 본디 말뜻은 ‘~을 보다이다



산수유 꽃망울, 국립 광주박물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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