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好雨時節*
김성룡
雨水를 앞두고 봄비가 재촉하던 날
남광주 시장 골목집을 찾았다
이미 방안엔 술술 술꽃이 흐드러졌다
가라사대 후래삼배後來三杯란다
입술에 맺힌 영롱한 이슬 거푸 털어 넣는다
자네와 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원샷!
바람 앞의 촛불같은 날들이 어룽거린다
서슬 퍼렇게 붉은 가슴 태우는 저것은,
마셔도 마셔도 도지는 이 목마름은 무엇인가
게슴츠레 침을 튀기며 조갈증을 들이킨다
내 안에서 물 먹는 하마가 벌컥거린다
캬하, 막창을 씹을수록 몽롱해지는 몸짓에
와르르 쓰러지는 술병들,
창밖에는 호우가 줄기차게 목청을 돋운다.
*호우시절 : 때 맞추어 내리는 좋은 비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
好雨知時節의 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