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밥의 노래

그 서풍 2016. 2. 25. 10:57


제1회 송수권 문학상 시상식에서 平田 송수권 시인(오른쪽 세 번째)과 함께한 龍兒 문학회 회원들



밥의 노래

                                         김성룡

 

늦겨울이 창가의 그늘처럼 

웅크린 병실 안에

휠체어가 *平田의 작은 몸을 감싸고 있다

호스를 늘어뜨린 기둥 하나

간절한 염원 안고 점점이 떨군다


북통을 쉼 없이 풀던 그 소리 어디 갔는가

산천초목을 한숨에 일으켜 세우고

뭇 사람을 일거에 쓰러뜨리던

*역발산기개세는 다 어디 갔는가


봄이 막 오두방정을 떨고 있어요

어서 함께 마중을 가셔야지요

平田의 입가에 잠깐 미소가 번졌던가


내가 밥을 사주어야 하는데

시인은 병상에서 밥을 노래한다

평생을 붙잡은 놋수저 딸각거리며

두레밥상 둘레를 울린다


못내 일어서는 발걸음을 향해

곁을 내어책 두어 권을 가리킨다

삼경에도 잠 못 드는 시인은

적막을 깨뜨리는 靜한 소리 한자락 빚는다

어둠이 짙을수록 총총하게 깨어나는 시선. 


* 平田 송수권 시인을 문병하다

* 힘과 기상이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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