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어름놀이!*
김성룡
여기 콧대 높은 한 세상 발밑에 굽어보며
덩실 회심의 미소 짓는 사내가 있다
남사당의 줄타기 광대 *어름사니가
*매호씨와 풀어내는 걸쭉한 입담을 보소
관중들의 추임새에 흥이 오르면
덩실덩실 펼치는 저 *잔재비 거둥 좀 보소
척, 신명에 부채질하며 건들건들 내딛는 뒤태를 보소
달리고 뛰어오르고 공중제비하고
장단줄, 양반걸음, 거미줄늘이기, 콩 심기…
썩어 문드러진 땅바닥을 차고 올라
허공을 휘여 잡고 도약하는 것은
단숨에 결기 휘날리며 나래를 펴는 것은
판줄 위에서 홀로 벌이는
지독한 모노드라마, 질펀한 해·풍 콘서트
와르르 박수 한 마장 얼비치는 푸른 하늘에
당돌한 단말마의 외침 메아리 진다
다시 태어나도 두말할 것 없이 광대지!*
*어름놀이 : 남사당놀이 가운데 네 번째 마당인 줄타기
*어름사니 : 줄 타는 사람가운데 우두머리
*매호씨 : 어름놀이의 어릿광대
*잔재비 : 줄 위에서 펼치는 여러 재주
*영화 ‘왕의 남자’의 마지막 명대사
영화 왕의 남자 두 광대 마지막 줄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