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무더위 한 평 반

그 서풍 2018. 7. 15. 15:14


무더위 한 평 반

                        김성룡

 

칠월의 열기가 차 안이 부러웠다

차창을 올리고 냉큼 실내 온도를 내린다

안을 낮추는데 밖은 올라가는 것이

어처구니 없는 무더위

가파른 수은주에 호들갑을 떨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그저 창밖의 일이다

테이크아웃 냉커피가 짜릿하여

가로수에서 아열대를 따 먹을 날을

기대하는 입술에 바나나가 대롱거린다

맞은 편 층층에 걸터앉은 실외기

달아오른 열기를 씽씽 주체할 수 없다

폭염경보에 함문령이 내려진 집집마다

앞장서서 빗장을 열어젖힌 다음

무더위 한 평 반씩만 분양한다면,

그와 찬물 끼얹으며 사이좋게 등물을 하면

빙하가 흐르는 행성을 찾아

서둘러 발길 돌릴 수도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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