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한 평 반
김성룡
칠월의 열기가 차 안이 부러웠다
차창을 올리고 냉큼 실내 온도를 내린다
안을 낮추는데 밖은 올라가는 것이
어처구니 없는 무더위
가파른 수은주에 호들갑을 떨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그저 창밖의 일이다
테이크아웃 냉커피가 짜릿하여
가로수에서 아열대를 따 먹을 날을
기대하는 입술에 바나나가 대롱거린다
맞은 편 층층에 걸터앉은 실외기
달아오른 열기를 씽씽 주체할 수 없다
폭염경보에 함문령이 내려진 집집마다
앞장서서 빗장을 열어젖힌 다음
무더위 한 평 반씩만 분양한다면,
그와 찬물 끼얹으며 사이좋게 등물을 하면
빙하가 흐르는 행성을 찾아
서둘러 발길 돌릴 수도 있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