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변산에서 촬영
무화의 계절
김성룡
1.
목이 돌이킬 수 없는 주름을 새긴 사이에
성장을 물리친 한 아이 돌멩이를 차며 놀고 있다
몸집만 덥수룩하게 자란 세 살배기
성이 차지 않으면
아무 때나 보채고 심술부린다
2.
대문에 무지개 꿈을 피워낼 덩굴장미,
도시가스 공사 뒤 덮친 아스팔트가 가탈 부렸다
늦은 봄까지 외출을 반복하다 돌아온 밑동이
용을 쓰며 줄기 몇 개 솟구쳐 올렸다
마중을 나가 가지치기하며
너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잎사귀를 쓸어 주었는데
우거진 줄기가 웃음을 잃고 말았다
3.
흰머리 듬성한 어른애가
얘, 너의 고향은 B612*야
어서 기억을 되살려 봐
오늘도 물뿌리개를 흔들며 속삭인다.
* 어린 왕자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