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무화의 계절

그 서풍 2018. 7. 21. 14:55


내변산에서 촬영


무화의 계절

                              김성룡

 

1. 

목이 돌이킬 수 없는 주름을 새긴 사이에

성장을 물리친 한 아이 돌멩이를 차며 놀고 있다

몸집만 덥수룩하게 자란 세 살배기 

성이 차지 않으면

아무 때나 보채고 심술부린다

 

2. 

대문에 무지개 꿈을 피워낼 덩굴장미,

도시가스 공사 뒤 덮친 아스팔트가 가탈 부렸다

늦은 봄까지 외출을 반복하다 돌아온 밑동이

용을 쓰며 줄기 몇 개 솟구쳐 올렸다

마중을 나가 가지치기하며

너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잎사귀를 쓸어 주었는데

우거진 줄기가 웃음을 잃고 말았다

 

3.

흰머리 듬성한 어른애가

얘, 너의 고향은 B612*

어서 기억을 되살려 봐

오늘도 물뿌리개를 흔들며 속삭인다.

 

* 어린 왕자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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