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꿈꾸는 백년

그 서풍 2018. 4. 10. 18:16


나주 금천 배밭에서



꿈꾸는 백년

                   김성룡

 

한 무리 배꽃이 수틀을 넘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아 올린 손길마다 송이 꽃 흐드러진다

색색의 자수가 학익진을 펼치는가 싶더니 

바지런히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가늘게 네 몸을 통과할 때마다

한 땀씩 혈을 따라 배어나오는 신음소리

바람은 차츰 꽃그늘 짙게 드리운다

그 아래 땀을 들인 한 사내

먼지 걸친 배낭 벗지 못하고 추스른다

부리지 못한 달팽이집처럼

평생 지고 다니는 시름이 입맛 다신다 

갈 길은 까마득한데

허리 들쑤시고 발목은 시큰거린다고

꽃잎이 새긴 백년 점점이 어룽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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