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녹원에서
낙인
김성룡
무생채와 부추를 넣어
걸쭉한 다슬기탕에
전등을 고명으로 곁들이고
이십 곡 너머 한 마을의 여인이
가슴앓이를 무생채와 버무려 삼킨다
속풀이로 맞춤임을 알아 혀끝은 분주한데
앓음과 알음이 두런거리는 겸상,
지각이 촉각보다 먼저였다면
아픔은 다른 길로 지나 갔을까
눈에 불 켜고 달리는 일방통행로
성급하게 다가온 길이
한 아름 숨결을 휘감았다
새벽녘 아람지어 떨어지는 사과 하나,
어디에 낙인*을 숨겨 두었느냐
먼 여행에서 겨울비 맞으며 돌아와
쌉싸름한 다슬기탕 마주하고
처음 대하듯 저녁상을 끌어당긴다.
* 아름다움(앓음, 알음, 아름, 아람)의
네 가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