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낙인

그 서풍 2018. 3. 29. 14:41


담양 죽녹원에서



낙인

                        김성룡


무생채와 부추를 넣어

걸쭉한 다슬기탕에

전등을 고명으로 곁들이고

 

이십 곡 너머 한 마을의 여인이

가슴앓이를 무생채와 버무려 삼킨다

속풀이로 맞춤임을 알아 혀끝은 분주한데

앓음과 알음이 두런거리는 겸상,

지각이 촉각보다 먼저였다면

아픔은 다른 길로 지나 갔을까

 

눈에 불 켜고 달리는 일방통행로

성급하게 다가온 길이

한 아름 숨결을 휘감았다

새벽녘 아람지어 떨어지는 사과 하나,

어디에 낙인*을 숨겨 두었느냐

 

먼 여행에서 겨울비 맞으며 돌아와

쌉싸름한 다슬기탕 마주하고 

처음 대하듯 저녁상을 끌어당긴다.


* 아름다움(앓음, 알음, 아름, 아람)의

   네 가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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